누구든 지워지지 않는 장면들이 있다. 고 생각한다 어느 날 당신은 벌겋게 익은 수박 속을 숟가락으로 파먹다가 갑자기 그 수박을 길러낸 식물 (그걸 수박풀이라 해야 되나, 수박나무라 해야되나), 그저 잔가시가 촘촘히 붙은 뻣센 넝쿨과 호박잎을 닮은 잎새 몇 장으로 땅바닥을 기는 그 식물이 불쌍하게 생각된 적은 없는지.
여름날 뙤약볕에 쪼그리고 앉아 땅속 깊이 주둥이를 박고 벌컥벌컥 물을 길어올려 벌건 과즙으로 됫박만한 수박통을 가득 채운 끈기와 정성은 대체 어디서 전수받았으며, 어디서 보상받을 것인가. 단지 쥐똥만한 제 씨알들을 멀리 날라줄지도 모를 낯선 것들에 대한 대접으로는 도에 지나친, 그 멍청한 희생을 무어라 설명해야 하나. * 어느 날 당신은 고속도로에서 밤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흰 눈송이 같은 것이 차 유리창을 스치고 헤드라이트 불빛에 떠오르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밤꽃 향기 진동하는 오월의 따스한 밤, 그 많은 눈송이들이 앞서가는 닭장차에 날려오는 하얀 닭털이었음을 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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