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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 월동가능한 꽃과 나무

 노지 월동가능한 꽃과 나무

오늘 갑자기 밭이 생겼다. 두 고랑 합쳐서 백미터쯤 되는 크기라 걱정도 되지만 기대도 크다. 이전 주인이 방치한 탓에 잡초가 어마어마해 뽑아 내야 했고, 흙은 지렁이 밭처럼 진동한다. 정원을 가꾸면서 지렁이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졌고 오히려 반가웠다. 남은 찌꺼기를 화분 속에 넣어 두었더니 그 속 지렁이들이 다 먹고 흙도 분변토가 되니 식물이 잘 자랐다. 텃밭 옆을 지나가던 이들이 “뭐 심었어요?” 하고 묻곤 하는데, 참으로 궁금해 하는 눈치다. 나는 참외, 고추, 호박, 딸기, 부추, 파, 깨, 방울토마토, 당귀모종을 심고 씨앗으로는 당근, 대파, 상추를 뿌렸다. 또 감자도 심었지. 틈나는 대로 산책하고 물도 주고, 퇴근 길에는 풀도 뽑아 주면서 이것이 과연 농사맞나 싶지만, 마음 한쪽으로는 밭 속에 이 아이들을 노지에서 키울 생각으로 설렌다.

그 사이 나는 노지월동이 가능한 식물들을 더 많이 들이고 싶다. 어릴 때 담장 아래 모란과 작약이 있던 기억도 떠올라 구근식물인 튤립, 무스카리의 월동도 기대한다. 아이리스, 작약, 모란은 낡은 담장에 어울리는 대표 주자다. 덩굴로 자라는 클레마티스는 지지대가 필요하고, 매발톱과 차가 플록스, 원추리 역시 매력적인 후보다. 이메리스, 안개꽃, 꽃창포 같은 친환경적 정원식물도 좋고, 잉글리시 라벤다와 로즈마리의 향기로운 존재감도 노지에서 빛나리라 생각한다. 미스김 라일락은 삽목이 잘 되고 추위와 더위에 강하니 우리 밭의 새로운 친구가 되려 한다. 또한 댄스파티 수국, 산수국, 금낭화, 차가 플록스, 샤스타데이지, 아스타, 에키네시아 등 이름만 들어도 매력적이고 월동 가능성을 품은 식물들을 하나씩 적어 두었다. 로즈마리의 경우 따뜻한 남부 지방에서 월동이 가능하다고 들었고, 미스김 라일락 역시 삽목둥이가 잘 자란다 하니 이들로 밭의 식구를 늘려보고 싶다.

나는 지금도 배우는 중이다. 노지월동 되는 식물의 조건과 관리 방법을 차곡차곡 익히고, 내 밭에 맞춘 배치를 고민한다. 앞으로 시간이 흐르며 수많은 시행착오가 쌓일 것이고, 그때까지 나는 말없이 식물을 관찰하고 배워가려 한다. 언젠가 모두가 노지에서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한 뿌리씩 심고 물을 주며 한걸음씩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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