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수세미 꽃이 활짝 피었고 꿀벌이 특히 좋아하는 모습에 마음이 오래 머뭇거렸던 호기심이 또 한 번 불붙었습니다. 순둥이, 천둥이 주인은 매년 이곳에 수세미 넝쿨을 올려두는데, 용도는 잘 모르겠지만 8월이 되면 관상용으로도 충분히 예쁜 이 꽃이 제법 정겨워 보입니다. 수세미 오이라고 하는 이 식물은 박과의 한해살이 넝쿨으로 긴 열매 안쪽에 그물 모양의 관다발이 있어 실타래처럼 엉킨 섬유조직이 특징이라고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말린 수세미를 설거지에 썼고, 수액은 고로쇠 수액처럼 마시기도 했으며 본초강목에는 천라수 곧 하늘의 물이라는 표현이 적혀 있었습니다. 말린 열매는 사과락, 말린 수세미 씨는 사과자라는 약명으로도 쓰였고, 섬유가 실처럼 얽혀 있어 실 사로 불린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파종 시기는 4~6월이고 개화 시기는 7~8월이며, 식용으로는 녹색일 때, 차나 환으로 복용할 때는 노랗게 익을 때 수확합니다. 심는 방법은 씨앗이나 모종으로 가능하고, 이 넝쿨은 최대 8m까지 뻗어 열매가 닿으면 썩으므로 지주대를 세워 주어야 한다는 점이 특히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순둥이 주인은 넝쿨이 맘껏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오두막까지 지어 주었고, 덕분에 저는 파란 하늘 아래 노란 수세미꽃의 공연을 무료로 구경하는 셈이 되었습니다.
성분과 효능은 당분과 무기질 칼륨이 노폐물 배설과 피를 맑게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엽록소는 피부 미용에 좋으며 줄기 액은 훌륭한 화장수 원료로 떠오릅니다. 아르기닌은 피부 상처 회복에 작용하고 비타민C와 식이섬유는 장운동과 알레르기 질환 개선에 기여합니다. 플라보노이드는 비염·천식 같은 알레르기 질환에, 쿠마르산은 항염증·항산화 효과가 크다고 전해지며 도라지의 40배, 홍삼의 30배 이상 다량 함유되어 찬성질로 폐와 기관지의 열을 냈고 가래를 삭히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미세먼지와 황사로부터 폐를 보해 주고 근육통, 피부 가려움, 여드름 완화에도 이점이 있다고 하니, 한마디로 천연 항생제에 준하는 효능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폐를 닮은 사과락은 폐 건강에도 좋다고 들었습니다.
열매를 복용하는 방법으로는 애호박 나물처럼 먹거나 즙으로 갈아 원액으로 마시고, 말린 뒤 차로 달여 마시기도 합니다. 완전히 마른 것보다는 약간 덜 마른 상태가 좋고 씻은 뒤 편으로 썰어 볕에 말려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출처에 적힌 방법을 따라 해보니 더 확실한 차의 맛과 향이 제 몸에 스며드는 느낌이었습니다. 요즘 재래시장에서도 수세미를 보게 되면 이제 더이상 의아하게 바라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작고 평범한 꽃이 담고 있는 비범한 능력에 조금 놀랐고, 앞으로 차로도 한 번 시도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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