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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피는 꽃, 가을의정원. (두번째)

 11월에 피는 꽃, 가을의정원. (두번째)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고 생각하며 꽃과 삶의 잔향을 바라봅니다. 산과 들과 정원의 꽃들이 여전히 남아 있고, 나무가 꽃처럼 아름다워지는 순간에 국화의 시간이 다가오죠. 낮의 길이가 12시간 이하가 되면 꽃눈이 만들어지는 이 계절엔 국화가 한창이고 그 사이로 향이 짙은 금목서가 지나가지만, 그보다 먼저 천일홍이 머뭅니다. 씨앗을 남기고 떠날 것이니 차례를 지켜 채종하는 편이 더 낫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봄에 잡초와 구분이 흐려져 제 손으로 뽑아낼 수도 있습니다. 핫립세이지는 봄부터 가을까지 피고 따뜻한 온실이나 베란다에서는 겨울에도 필 수 있지요. 비주얼은 국화가 아니지만 노지에서 월동이 확실한 해변국화는 일반 국화보다 빨리 지는 편입니다. 제 자랑인 쿠페아는 가을 아침 이슬에 젖은 모습이 인상적이고, 두 포기 문빔 꽃은 피고 지는지 핀 채로 남아 있거나 늘 이대로입니다. 꽃밭으로 가는 길목에는 피어난 꽃향유가 있어요. 강한 햇빛이 들지 않는 산과 들에서 오래 전부터 보아온 흔한 꽃이지만 이름을 알고 눈여겨본 적은 처음이라 설럽습니다. 벌과 나비가 특히 좋아하는 꽃이 바로 꽃향유이며, 꿀이 많은 밀원 식물이기에 꿀벌의 성장에 필요한 꽃꿀과 꽃가루를 제공하는 밀원식물로 여겨집니다. 베란다 밖의 촛불 맨드라미는 가을 저녁 빛에 반짝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노지에서 키워야 하지만 장마에 약하니 흙의 물빠짐이 좋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 한 가지로 알게 되었습니다. 물빠짐 좋은 흙에 심어 노지 같은 환경에서 베란다 밖에서 자라나 건강하게 남아 있는 모습을 보며, 사랑초가 점령한 베란다와 국화가 한창인 꽃밭 사이의 조화를 느낍니다. 11월에 피는 꽃들로 가득한 가을의 정원은 여전히 생생하고,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의 가능성들은 늘 제 곁에 남아 있습니다. 11월의 꽃밭과 정원의 이야기는 이렇게 지속적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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