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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랭이꽃(카네이션)의 겨울 (월동)

 패랭이꽃(카네이션)의 겨울 (월동)

저의 베란다 정원에서 겨울에 가장 거칠게 버티는 식물은 패랭이꽃, 더 정확히는 카네이션 핑크 키세스입니다. 거칠게 다룬다는 건 소홀함이 아니라 제 위치를 뜻합니다. 가장 더운 곳과 가장 추운 곳이 그녀의 임지이고, 그 임지를 벗어나기 싫어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베란다 밖 선반이 그녀의 영원한 자리지요. 패랭이는 사계절 그 자리를 지킵니다. 단 임지를 벗어나는 때가 오히려 장마 기간인데, 쏟아지는 비가 없으면 그녀도 흔들리죠. 패랭이의 유일한 약점은 추위가 아니라 과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한해를 살다 간 촛불 맨드라미와 한 방을 씁쓸히 마주했고, 겨울엔 그와의 슬픈 이별이 찾아왔습니다. 지금은 맨드라미가 남긴 씨앗의 아가들이 흙속에서 잠들어 있고, 봄이 오면 모두 깨어나 쉼 없이 재잘댈 거예요. 샬롯이 남긴 아가들처럼 말이죠. 2021년 11월, 그때처럼 창밖 풍경은 다시, 아니 더 많아진 샬롯의 후손들로 더 아름다워질 거라고 믿습니다. 노지의 패랭이 꽃의 겨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푸르던 잔디마저 자고 있는데 패랭이는 너무 추운 날에만 잠시 기절하는 척도 할 뿐 “여긴 괜찮아, 이상 무야” 하듯 버티고 있습니다. 2021년 8월, 화단을 곱게 수 놓으려다 잡초 억제까지 해버리는 공로를 세웠던 지난 여름처럼요. 그래서 봄이 오면 따뜻한 바람이 불고 목초지의 얼음이 녹으면 패랭이 꽃의 겨울은 혹독하지만도 강인한 아름다움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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