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게릴라상 전쟁포로 23화. 만기 제대, 달랑 쌀 한 말 주며 차비하라고… 긴 겨울 동안 눈과의 사투를 벌이다 보니 어느덧 봄이 다가오고 있었다. 3월 하순이 되어도 쌓인 눈의 깊이가 한 길이 넘었지만, 눈 표면이 굳어져 위를 걸어도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
밖의 온도가 영하 15도 아래로 내려가는 매서운 추위에 몸을 떨어야 했다. 바람이 윙윙거리는 굉음이 들리는 밤이면, 밖을 내다보며 먼바다를 바라보곤 했다.
동해에는 흰 파도가 수없이 밀려오고 파도 소리까지 요란하게 들려왔다. 하늘에는 둥근 보름달이 떠, 달 밝은 밤에 고향 생각이 절로 났다.
그리운 부모님, 가족들… 눈물이 났다. 양덕에서 매를 맞아 거의 죽게 된 나를 재워주고 상처 난 내 몸을 닦아주던 고마운 처녀의 얼굴도 떠올랐다.
“치안대가 알면 당신하고 나하곤 죽습니다.” 하던 그 고운 얼굴이 보고 싶었다.
‘그 처녀를 꼭 다시 만나 고맙다고 사례하고, 내 사랑을 청해 그녀가 들어만 준다면 평생토록 은혜를 갚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