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04] 광고대행사 퇴사 후 경단녀가 되어, 출판사에서 18년을 근무하기까지 책을 쓰는 일이란 꽃삽 하나를 들고 시베리아에서 왕국을 건설하는 것이다. 부커상을 받고 한 권의 책이 유명세를 떨치면 작가의 이름은 저절로 알려진다.
그러나, 그 옆에서 묵묵히 꽃삽을 갈아주고, 작가의 손이 얼지 않게 온기를 나누어주고, 부르터진 손에 연고를 발라주는 이가 있다. 그 이름은 편집자.
책 한 권이 만들어지는 데 관여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포기’라는 단어가 몇 번이나 왔다 갈까. 그럼에도 다시 삽을 쥐고, 꽝꽝 얼어버린 땅을 마침내 녹여, 어디에도 없던 왕국을 세우게 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혹자는 ‘왜 그렇게 바삐 살아요?’ 질문받으면,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 긴 시간 동안 나를 버티게 했던 힘이 과연 의무감 하나뿐일까?
지금부터 펼쳐질 이야기는 언제나 바삐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삶을 잠시 멈추고, 의무에 가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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