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에 올려진 시 / 손세실리아 풀 많은 섬 초도 출신 김진수씨는 여수에서 횟집을 운 영하는데요 늘그막에 웬 바람이 불었는지 머리 속이 온통 시로 꽉 차 있습니다. 그 모습이 가히 상사의 경지인지라 궁색하기 짝이 없는 시작법 몇 마디 건넸는데요 시 얘기 꺼려하는 낌새를 눈치 챘는지 화제를 틀어 섬에 계신 노 모가 올려보낸 반찬이라며 이것저것 권하고 또 권합니다 그 마음이 하도 극진해서 시의 꼬리를 슬쩍 쥐어주고 왔 는데요 여러 달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인 그를 대신해 결 국 내가 쓰고 마는 시인을 꿈꾸는 이여 그대가 방금 내계 들려준 말이 시다 한 줄의 첨삭도 필요 없는 온전한 시다 외지에 나가 칼질로 먹고 사는 장손을 위해 자갈밭 일구고 평생 물질하셨을 칠순 노모의 휘어진 허리가 시다 주방에 그릇그릇 담긴 어머니의 몸이 바로 시다 그것을 받아 적지 못하면 허당이다 시는 그대 안에 이미 와 있느니 밖에는 없느니 서정홍 시인은 이오덕 선생님을 만나면서 ‘시는 전문가의 것이 아니고 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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