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바람이 불었다. 아주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민들레 씨 하나가 떠올랐다. 땅을 떠난 것이었다.
가볍고 조용했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고, 바람이 언제 멈출지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떠돌 뿐이었다. 나는 그 장면을 본 적이 있다.
한 사람이 나의 삶을 지나가는 순간.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고,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가까워지고, 그러다 문득 사라지는 사람.
말없이 떠나버리는 사람. 바람을 타고 가버리는 사람.
씨앗은 어디선가 내려앉는다. 그것은 벽돌 틈일 수도 있고, 아스팔트 한가운데일 수도 있고, 물기 없는 모래 위일 수도 있다.
대부분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사라진다. 나는 그 사실을 안다.
어떤 인연은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고, 어떤 인연은 끝났지만 끝난 줄도 모른 채 남아 있다. 그렇지만 아주 가끔, 기적처럼 흙이 있는 곳에 닿는 씨앗도 있다.
거기서 뿌리를 내리고,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그런 인연이 있다.
예기치 않게 시작된 것 같지만...
원문 링크 : 씨앗의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