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협정 이후에도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하며 군 현대화를 주도한 인물로 평가된다. 전쟁을 겪으며 드러난 국군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미군식 교육 체계를 도입해 현대적인 정규군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주력했다. 군문에서 물러난 뒤에는 외교관으로서 제2의 삶을 살았고, 주중대사, 주프랑스대사, 주미대사 등을 거쳐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입지를 다지는 데 기여했다. 특히 주미대사 시절에는 전후 복구 사업과 안보 협력을 위한 외교적 가교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그러나 그의 영욕은 사후에도 계속되었다. 2020년 세상을 떠나자 국립묘지 안장 문제를 두고 사회는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일제강점기 간도특설대 경력을 근거로 현충원 안장을 반대하는 목소리와,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전쟁 영웅에 대한 마땅한 예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결국 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지만, 이 사건은 한 인물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영역으로 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 되었다. 백선엽 장군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쪽에서는 그를 구국의 영웅이라 부르며 군사적 업적을 기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라는 꼬리표를 떼지 않고 있다. 이러한 양극단의 시각 속에서 견지해야 할 태도는 역사적 공과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것이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헌신했던 용기와 전략적 성취는 분명한 사실이다. 동시에 식민지 시대의 비극 속에서 일본 제국주의 군대에 복무하며 독립운동 진압과 연관된 조직에 몸담았던 과거 역시 지울 수 없는 기록이다. 역사는 단면의 사진이 아니라 연속적인 흐름이다. 단순한 선과 악, 영웅과 반역자의 이분법으로 남겨두기보다 시대의 모순과 한계, 그리고 그 속에서 개인이 내린 선택들이 국가에 미친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찰해야 한다. 삶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국가 위기 앞에서 발휘한 헌신은 과거의 과오를 어디까지 덮을 수 있는가, 혹은 과거의 결함은 미래의 성취를 완전히 무효로 만드는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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