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트 저자 설재인 출판 다산책방 발매 2023.06.30. p144 해수는 4B 연필로 스케치북에 밑그림을 그리듯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두 어른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들었다.
이야기가 끝났을 때는 진솔이 교실로 올라가야 할 시간 즈음이었다. 두 어른은 말했다.
속상해서 어쩌나, 예쁨만 받고 좋은 것만 봐야 할 애기들이 이렇게 힘들어서야, 하고 입을 모았다.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언제였던가.
해수와 진솔은 속으로 헤아려 보았다. 해수는 어느새부턴가 엄마 아빠의 도구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얼른 커서 투자금을 더 벌어와야만 하는 도구, 집에 목돈가져다줄 도구. 진솔은 엄마 아빠의 가방으로 사는 것 같았다.
엄마아빠는 명품 가방을 들고 싶은데 진솔 자신은 장바구니에 불과하고. 그래서 엄마아빠는 그 장바구니에 명품 라벨을 붙이기 위해 어떻게든 발버둥친 것이다. p152 대리석 계단의 자잘한 무늬, 아이들이 뱉는 침의 모양을 알아?
우리는 화장실의 낙서를 보며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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