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면서 제 경험을 떠올리게 되는데, 하나의 핵심은 바로 회사에서 만든 도구의 소유권 문제였다. 제가 퇴사를 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이 점이기도 하죠. 회사에서 고용된 시간에 뭔가가 탄생하면 그것은 원칙적으로 회사의 소유라는 현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예외가 있긴 하지만요. 이 글의 사례처럼, 업무 편의를 위해 만든 도구를 아무도 모르게 쓰느냐, 아니면 회사가 인지하고 쓰이게 되느냐의 차이는 분명 있습니다. 담당자가 퇴사하면서 자신이 만든 편의 도구들을 다 삭제해 버린 사례를 보면 그렇습니다. 데이터는 남아 있었지만, 도구가 자동화하던 재료들은 이전 방식 그대로 남아 있어 문제를 남겼죠. 결국 회사가 소송까지 갈 정도의 일들이 벌어질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이길 가능성이 높아도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크로를 두고 온다고 해도 유지 보수가 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그런 상황이라면 퇴사한 사람이 불법 내용을 고발할 가능성도 큽니다. 저 역시도 산더미 같은 신고 거리들이 있었지만, 퇴직금만 받고 끝냈습니다.
저가 만든 자동화 엑셀도 마찬가지였고, 한국의 다수 중소기업은 수시간 걸리던 일을 클릭 몇 번으로 끝낸다고 해서 그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이 업무를 이렇게 빨리 끝낸다고? 그러면 더 시도하라는 식의 반응이 흔합니다. 임금은 늘지 않죠. 처음엔 엑셀로 다루던 업무를 매크로와 DB 연계, 네트워크 자동화, 확장 프로그램까지 동원해 시스템으로 묶어 보았지만, 결국 임금은 늘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내 일이 편해지는 도구를 만든 것일 뿐, 돈이 되는 시스템은 아니었으니까요. 나의 역할은 주어진 업무를 더 편하게 하는 도구를 만든 것일 뿐였고, 사장은 시간을 줄였지만 매출이 늘진 않으니 보상도 없었을 겁니다.
결국 저는 더 나은 사무업을 위한 도구 만들기를 포기했고, 개별 도구는 남겨두되 포괄 시스템은 업데이트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바뀌는 시스템 속에서 도구들을 계속 업데이트하거나 재개발하지 않으니, 각 도구의 결과를 수동으로 취합해 최종 정리에 이르는 과정은 여전히 사람이 하게 남았습니다. 제 능력으로는 그 수동 작업도 충분히 빨랐고, 제 일은 그런 프로그래밍을 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노력은 업무를 최적화하는 것에 그쳤고, 계약상의 문제와 법적 권리 문제를 떠나 실무적으로는 회사 소유 기준에 맞춰 판단되어 왔습니다. 그런 현실 속에서 실무자는 더 나은 개선을 이야기할 동기를 잃고, 결국 한계에 도달합니다. 어떤 직장은 성과를 인정하고 더 잘하는 것을 격려하겠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못하죠. 그래서 저는 결국 이 시대의 현실을 실감하며, 지금의 제 경력이 남긴 상처와도 맞물린 회한을 남긴 채 마무리하게 됩니다.
원문 링크 : 뻘글, 더 잘할 이유가 없는 회사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