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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그릇 / 원성스님

 마음그릇 / 원성스님

나의 방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그릇이 있습니다 나쁜 그릇만 먼저 골라 쓰다 손에 익어 더 쉽게 쓰이고 가까운 사람 만나면 귀가 떨어져 나간 그릇도 그냥 쓰고 좋은 그릇은 거의 꺼내지 않으니 쓰려면 망설여지고 손님 올 때만 살짝 꺼내 쓰니 평소에는 있는 것도 모르고 그러다보면 쓰던 그릇만 버릇처럼 자주 쓰게 됩니다 내 안에는 여러가지 이름의 마음그릇이 있습니다 안 좋은 마음그릇은 쉽게 튀어나와 그게 만성이 되어버리고 가까운 사람 만나면 모난 행동으로 보여도 상관 안 하고 좋은 마음그릇은 쓸 생각도 안 하니 쓸 기회도 없고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꺼내 쓰기도 어색하고 그러다보니 쓰던 마음그릇이 내 성격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내가 좋아하는 스님을 뵈었습니다 내가 가진 가장 좋은 마음그릇들을 꺼내 보여드렸습니다 그러나 그 스님께서 가지고 계신 마음그릇은 엿볼 수 없었습니다 허공을 대한 듯, 공기를 대한 듯, 투명할 뿐입니다 좋고 나쁨의 분별이 끊어진 스님은 고요한 미소만 보이십니다 깊은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