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도로 위에서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연락하고 기다리는 분들 중 하나인 교통사고 조사원들의 실상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들은 현장에서 사고 원인과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분석해 보험사가 과실 비율을 판단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돕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출동할 때 입는 로고 박힌 조끼와 건네는 명함으로 일반인들은 이들이 대기업 보험사의 정직원일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이들의 법적 신분은 회사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노동자(개인사업자)이자 위임 및 도급 형태로 계약을 맺고 일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노동법상의 보호나 산재보험 혜택에서 제외돼 있었다.
현장 환경은 또 어떻게 되나. 맨몸으로 차량들 사이에 서서 사고 차량을 갓길로 유도하고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 일은 목숨을 건 직업에 가깝다. 사고 현장 옆에서 쌩쌩 달리는 차들로 인한 2차 위험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실제로 2022년 민주노총 사무연대노조 삼성화재애니카지부가 조사원 38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77.3%가 업무 중 1회 이상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받는 폭언과 욕설 등 극심한 감정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제대로 된 치료나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건당 수수료를 받는 구조여서 실적을 위해 아파도 무리하게 출동해야 하는 악순환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법적 지위와 처우 개선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었고, 현장의 목소리는 반영되어 왔다. 기존 산재보험법은 2023년 개정 시 대통령령으로 정한 18개 특수고용직 직종에 한해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했다가도 교통사고 조사원은 이 목록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이에 따라 노동자성과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정부는 연구용역과 실태조사를 거친 끝에 산재보험 대상에 교통사고 조사원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입법 예고를 거쳐 2026년 6월에 시행령 개정안이 마련됐고, 2027년 1월 1일부터 본격 적용되면서 현장에서 부상이나 업무상 질병, 스트레스로 인한 문제 발생 시 합법적으로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