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가되는 과도한 화재 책임이 이날 토론회에서 핵심 이슈로 제기됐다. 발제를 맡은 강은택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정책제도실장은 현재 시행 중인 전기안전관리법의 독소 조항을 지적하며, 전기차 충전시설 관리자는 화재 발생 시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무과실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배상의 범위다. 일반적인 화재보험법은 보험 가입 금액 한도 내에서만 무과실 책임을 규정하는 반면, 전기안전관리법에는 보험 금액 한도라는 문구가 부재하여 보험금을 초과하는 피해 전액을 아파트 관리자가 떠안는 기형적 구조가 형성된다. 강 실장은 아파트에서 전기차 충전기를 직영 운영하다가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 관리사무소가 독박 책임을 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고, 무과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가입한 책임보험 한도 내로 제한하도록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하나의 쟁점은 공간과 전력 공급에서의 혜택 부재로 인한 비용 불균형이다. 현재 아파트 단지들은 충전 시설을 위해 주차 공간을 내주고 변압기 등 대규모 전력 설비를 유지·관리하는 실무를 떠맡고 있지만, 정작 충전 사업자(CPO)가 이를 통해 수익을 얻더라도 입주민이나 단지에는 별도의 지원이나 수익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는 구조다. 따라서 정부 지원금으로 설치된 충전시설에 대해서는 철저한 통제 하에 요금과 운영 수준이 결정되어야 하며, 관리 현장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는 이러한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