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프거나 다쳤을 때 보험료를 꾸준히 내는 이유는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함이다. 그러나 큰 병이나 수술로 보험금을 청구할 때 보험사로부터 지급 불가 통보를 받는 사례가 많아, 한국소비자원이 분석한 최신 자료가 주목된다. 전체 피해구제 신청의 85.8%가 보험금 지급 거절로 인한 것이며, 그중 주치의 진단을 보험사가 불인정한 경우가 67.4%로 가장 큰 원인이다. 보험사들은 주치의 소견 대신 자신들이 지정한 의료자문을 들이대고 서류만 확인해 결정하는 경향이 심각하다. 실제로 주치의가 의료자문에 의해 거절된 사례의 70.1%가 이 문제로 인한 것이다.
의료자문은 대형 종합병원 교수나 대학병원 소속 의사의 진단서라도 보험사 앞에서는 통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다. 보험사의 의료자문 필요성을 요구받아 보험금이 거절된 377건 가운데 의과대학 부속병원 소속 전문의의 진단도 포함되어 있어, 상급 의료기관의 전문성도 보험사 자문 결과에 좌지우지되는 현실이 드러난다. 거절된 보험금의 평균액은 1건당 약 1,618만 원으로 나타났고, 암 진단비·수술비 등 고액의 보장금이 다수 포함되며, 500만 원 미만의 소액 실손도 다수 거절됐다. 손해보험협회는 2021년부터 의료자문 내부통제 기준을 제정했으나 현장 적용은 제한적이라 소비자원은 개선을 공식 요청할 예정이다.
보험사에 맞서기 위한 3가지 행동 요령이 제시된다. 첫째, 고액 비급여 치료 전 보험금 심사 기준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의료자문 요구 시 시행 이유와 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요청할 권리가 있다. 셋째, 자문 결과에 동의하지 못하면 제3의 상급종합병원 의사에게 재감정을 요청할 수 있다. 만약 대화가 통하지 않거나 자율적 해결이 어려워도 혼자 고통받지 말고 1372 소비자상담센터나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하면 된다. 보험은 어려운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므로, 정당한 권리와 주치의의 전문성으로 신중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