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대전에 큰 화재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하늘에 매달린 헬리콥터들을 보며 화재의 심각성을 짐작했다. 이튿날 아침 나는 아직 가본 적 없는 곳으로 차를 마시러 가기로 마음먹고 먼저 광주로 가기만 하면 된다 생각했다. 어제의 연기와 안개로 공기가 좋지 않아서 출발도 심란했지만 미리 선주문해둔 빵을 찾아 기차를 타려 나섰다. 내려가는 길에 광주에서 만날 분이 논밭이 많다고 하니 길이 맞는지 확인하며 웃었다. 만나서 들른 김밥집은 테이크아웃만 된다며 포장해 가볍게 소풍 겸 춘삼월가로 향했다. 경치와 공기, 햇살이 좋고 수다를 떨다 보니 시간이 늦어졌다. 오미자 맛과 보리수를 띄운 음료가 귀엽고 맛있었고, 사장님이 자랑하신 평생회원권도 신기했고 가족 같은 분위기에 고모님이라 부르시던 점이 재미있었다.
그러다 차 한 대가 들어오자 사장님이 출근하시며 모든 것이 맞물리는 순간을 체감했다. 어디서나 얻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곳의 정취가 남겨져 있었다. 이곳저곳 맛보고 도착 후 이야기는 아멍님 글을 퍼와 보여 주셨다. 앞은 태평양과 맞닿아 있고 뒤는 병풍처럼 둘러싸인 어병산의 경치가 끝내주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한국에서 이런 바베큐를 맛볼 수 있다니 감동이었다. 지리산 흑돼지의 맛은 정말 최고였고 저스트 다식이라는 표현에 깜짝 놀랐다. 고로수액에 파지까지 어울려 파김치가 함께 버무려진 파지가 예술이었다. 마신 차도 하회탈이었는데 꽃향이 배어 있었다니 신기했고 차의 간도 모두 맞아 맛이 깎이지 않았다. 자사호에 소금 발라놓은 의심은 있었지만 실제로 간도 정확했다.
저녁은 아구찜과 생선구이, 볶음밥으로 마무리되었고,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교학 전공하신 분이 말씀을 잘해 주셨고 그림 같은 집의 주인장과의 대화도 유익하고 재미있었다. 다만 올 때 멀미가 심해 겉으로는 당당해 보여도 속으로는 걱정이 많았던 모양이다. 떠날 때는 가방이 더 무거워진 느낌이었다. 귀한 와인은 상석에 모시고 돌아왔고, 이클립스의 달콤하고 시원한 맛이 많이 도움됐다. 이렇듯 즐겁고 풍성한 시간을 보내고 무사히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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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철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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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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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흑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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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탈
원문 링크 : 주말 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