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벚꽃길의 현황을 보러 다녀왔다가 놀랐다. 한동안 안 갔더니 공사 중이라 흐릿한 미완성의 풍경이 돼 버렸고, 3년 넘게 공사를 하는 모습은 더 우려를 낳았다. 공사로 꽃이 더 예뻐지거나 편해질 거라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내천이 흐려지고 주변 분위기가 폐허에 가깝게 변해가며, 앞으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감이 남았다. 목적지에 다다르자 다음 주쯤 꽃이 피려는 상태라는 진단이 들렸다. 꽃봉오리만 맺혀 있을 뿐 벚꽃은 물샘 가까이 있는 기둥 부근에 피어 있는 걸 확인했고, 뿌리에 가까워 영양 공급이 빠르게 이뤄지는 걸까 싶었다.
그 사이 준비해 온 차 한 잔이 생각나 의자를 찾았더니 벤치와 테이블의 형태를 두고도 내 눈에는 저 돌무더기가 먼저 보였다. 전진하는 마음으로 차를 음미하자, 운남에서 시작된 브랜드가 스벅을 따라한 디자인으로 중국스럽게 빚어낸 포장을 보며 감탄이 나왔다. 포장 또한 디올을 떠올리는 느낌이라고 들었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미녀 우희를 모티프로 한 로고가 더 큰 매력을 준다. 우리나라의 경우 하나를 들여오면 그것을 그대로 들여오려는 경향이 강한데, 중국은 그것을 중국화해 버리면서도 포장만은 깔끔하고 멋지다. 포장봉투 재질과 내부 은박도 내 취향에 맞았다. 차 맛은 용정이 다듬어진 느낌으로 길게 맺혀 있었고, 마실 때 기대 이상의 풍미가 확 다가왔다. 꽁꽁 찬 냄새와 고소한 맛까지 더해져 대기업 티백임에도 반칙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 마시고 나서도 티백을 집으로 가져왔는데, 여러 번 우려도 향과 맛이 남아 방 안의 나뚜르 녹차향을 빵빵 채워 주었다. 나뚜르 녹차보다 훨씬 향이 뛰어나다는 느낌이었다. 역시 흐뭇한 만족감을 남겼다.
날이 좋아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많았고 여유가 흐르는 오후의 도착물도 있었다. 도착한 택배 상자를 열자 향기가 진하게 풍겼고, 상자 안까지 정성껏 채워 보낸 누군가의 기운에 감사했다. 딸기 향이 진동하는 내용물도 반가웠고, 지금은 단잠이라는 차를 우려 마시며 나를 미드나잇 퍼플의 세계로 이끄는 듯한 향과 맛에 빠져 있다. 이 모든 경험 속에서 차를 나누는 사람들의 인심이 참 좋았고, 주변에 함께하는 이들이 많아 앞으로도 이러한 작은 기쁨들이 자주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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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철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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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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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차희
원문 링크 : 곧 벚꽃 시즌, 패왕차희 용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