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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태양 좀 떠라~

 밝은 태양 좀 떠라~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기를 기대했지만 비가 온 뒤로는 해가 뜨지 않아 구름이 잔뜩 낀 날씨가 계속됐다. 흐린 날은 벚꽃이 활짝 피어도 밝지 않고 우중충한 분위기가 남더라. 물에 비친 꽃은 예쁘지만 기대했던 환함이 없어 실망스러웠다. 벚꽃은 아직 70% 정도밖에 피지 않은 것 같았고 90% 이상 핀다 해도 맑은 날이 아니니 실제로는 더 환하고 예쁘다고 느끼기 어려웠다. 오늘 오후에도 비가 왔고 내일도 비 소식이 있고 토요일도 비가 온다 하니 이 계절의 벚꽃을 만끽하기가 쉽지 않겠구나 싶었다. 작년엔 날씨가 이상해서 벚꽃이 주름지게 피었다가 다 떨어졌던 기억도 떠올랐다. 결국 예측대로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 우리네 인생과도 닮아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벚꽃 사진이 칙칙하게 나오는구나 하며 한숨이 났다.

그런 와중에 대평에 가서 이리저리 차를 맛보며 시간을 보냈다. 시작은 괄풍채를 거쳐 진미다원 고산금훤, 무이암차 서향, 봉황단총 밀란향, 모봉, 껑차(숙차)까지 다양했다. 한참을 생각해 보니 참 많은 차를 마셨다. 별다른 이야기도 없는데 이렇게 흘러가듯 지나가다니 신기하더라. 곱디 고운 모봉 모봉은 말 그대로 아름다웠고 인절미 콩고물 맛에 달고 새콤한 향긋함이 함께 떠올랐다. 보이생차 같기도 한 녹차의 달달한 산미와 향긋함이 오랫동안 남아 좋았다. 점심은 근처 국수 맛집에서 국수와 돈까스를 맛봤다. 역시 맛집은 다르다 싶어 웃었다. 그리고 껑차(숙차)도 남아 있지 않아 아쉬웠는데 그 독특한 맛과 흑설탕의 향이 어우러져 맛있었다. 껑은 역시 참 매력적이었다. 무이암차 서향은 향의 한 종류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재료 개량에 따라 생겨난 신품종이었다는 걸 알고는 깜짝 놀랐다. 향으로 끝나던 서향이 전혀 다른 품종이란 설명이 흥미로웠다. 구수한 단총 같은 맛이 풍부해 무이암차의 구수함과 단총의 향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두 차의 특징을 한껏 살려 신품종으로 만든 점이 잘 어울려 맛의 균형이 좋았다. 오늘도 한 접시 뷔페처럼 다양한 맛을 다 즐겼다. 집에 올 때는 친구 줄 미칸이도 얻었다. 생각나서 챙겨온 거라며 식집사의 배려가 돋보였고 덕에 오늘도 작은 기쁨을 많이 얻었다.

# 껑숙차 # 도토리철학관 # 모봉 # 무이암차서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