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도 안 되어 200만 원을 썼다. 작년에도 1년 동안 200만 원을 썼고 고등학생 때는 1년에 10만 원도 안 썼다. 돈 버는 법보다 아끼는 법을 먼저 배웠고, 어릴 때부터 돈이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항상 돈이 부족하다고 여겼고 그만큼 많이 아껴야 한다고 느꼈다. 갖고 싶은 게 있어도 참는 게 당연했고 소비보다 절약이 훨씬 익숙했다. 그래도 이런 자신이 나쁘지 않았다. 돈이 쌓이고 남들이 놀 때 모았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절약이 잘하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이상했다. 또래에 비해 많이 모은 지금도 여전히 돈이 없는 사람처럼 살고 있었다. 최근 들어 이런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조금씩 모아도 큰 부자가 되지는 못했고, 뭔가를 하려 하면 가장 먼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 쌓아 둔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고, 한 번 모은 돈이 줄어드는 것도 싫었다. 돈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 충분하다고 느끼는 기준이 계속 멀어지는 사람이었다.
소비를 할 때 결과를 지나치게 따졌고 다이소에서 살지 말지 1시간, 알바를 하며 삼각김밥을 살지 말지 수십 번 고민했다. 치킨 한 마리, 카페 이용, 배움을 위한 지출도 항상 속으로 계산했다. 그래서 얻는 게 무엇인지가 더 중요했고 쓴 만큼의 가치가 얼마나 남는지가 더 큰 문제였다. 만족감보다 허무함이 자주 찾아왔고 경험은 숫자로 환산할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도 많았다. 지금까지 돈을 모으는 법은 배웠지만 돈을 왜 써야 하는지는 배우지 못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참아야 한다는 마음이 먼저 다가왔다.
머리로는 당장 몇만 원을 쓴다고 인생이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결제를 앞두면 여전히 망설여진다. 정말 사고 싶은 건지,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지, 이 돈으로 더 좋은 일을 할 수는 없는지 수십 가지 생각이 스친다. 세상에는 얻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라 그냥 살아보기 위한 일도 있었다. 여행도, 취미도,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남는 건 많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진 한 장, 추억의 흔적, 그날의 기분 정도라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이었다면 남는 게 없다고 단정했을 터이나, 지금은 조금 다른 시선이 생겼다. 숫자로 계산할 수 없는 가치도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려 한다. 여전히 돈을 쓰는 일은 어렵지만, 이제는 다르게 생각해보고 싶다. 돈은 단순히 모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원하는 경험에 기꺼이 투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돈을 모으는 법은 배웠으니, 이제 쓰는 법도 배워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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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돈은 모았지만 쓰는 법을 모르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