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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홀]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 김보영 지음

 [래빗홀]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 김보영 지음

김보영은 세운 최초의 기록들로 한국 문학과 한국 SF의 역사에 남는 성취를 이루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SF 웹진 〈클락스월드〉에 한국 작가로 처음 작품을 발표했고, 한국 작가 최초로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에 이름을 올렸으며, 한국 SF소설 최초로 할리우드에 영상화 판권이 팔렸다. 이러한 기록들과 함께 세계 독자들이 한국 작품에 관심을 가지도록 이바지한 작가로 꼽힌다.

또한 김보영에게도 최초가 있다. 개인에게 청탁을 받아 오직 한 사람만을 독자로 삼아 쓴 글, 프러포즈를 위해 쓰인 SF로맨스가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작품은 세계인에게 가장 많이 읽히게 되었고 곧 할리우드에서 영화로도 제작되는 소설이 된다. 바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다. 한 사람에게 바칠 글이라는 생각이 쓰는 방식에 변화을 가져다주며 훨씬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문체로 다가온다.

총 열다섯 통의 편지로 구성된 이 소설은 사랑하는 여자를 기다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지구에서 9년간 기다리는 대신 4년 반 동안 돈을 모아 ‘기다림의 배’ 표를 사기로 하여 우주선에 올라타면 기다리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착오로 시간선을 잘못 타거나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재회의 길이 반복적으로 연장된다. 돛단배 같은 소형 1인 우주선을 타고 계속 미래로 향하는 남자는 고독 속에 점차 지쳐간다.

여자의 입장에서 쓰인 속편 〈당신에게 가고 있어〉의 주인공은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며 고난을 겪는다. 열다섯 통의 편지로 구성된 이 소설은 재회를 향한 여정이 지구로 이어진다. 알파 센터우리로 이주하는 가족과 함께하며 아버지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려 하지만 귀향길은 다양한 난관에 부딪히고 재회는 점점 지연된다. 수많은 사람과 마주하는 가운데 그녀는 지구와 같은 세계의 부조리를 목격하고, 남자를 향한 간절한 그리움과 절망으로 어둠을 견딘다.

마지막 부의 〈미래로 가는 사람들〉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와 〈당신에게 가고 있어〉의 자녀 세대를 다루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지만, 집필 시기상으로 가장 먼저 쓰인 작품이다. 성하는 우주 끝으로 향하는 시간 여행자의 여정을 네 파트로 담아내며 세계관과 물리 법칙의 기본을 드러낸다. 독자는 각 파트를 통해 인간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성찰하게 되고, 결이 아닌 합으로 이르는 종착점에서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을 엿본다. 이 소설은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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