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경북 동해안은 여전히 강렬한 햇빛과 고온을 유지하지만, 영덕 영해면 벌영리의 사유림은 그런 날씨를 잊게 한다. 입장료나 주차비가 없고, 국가나 지자체가 만든 공원이 아닌 한 사람의 오랜 의지와 정성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20여 년의 세월을 들여 메타세쿼이아와 편백, 측백나무를 심어 약 20만 평(약 66만㎡)에 걸친 숲을 완성한 장상국 선생의 노력으로 제주가 아닌 벌영리에 현존하는 비공개적 명소다. 2010년 산림청의 명품숲 선정과 함께 한국관광공사의 여름 녹색명소, 경북문화관광공사의 언택트 관광지로도 알려졌다. 다만 이 숲은 규칙 하나로 단단히 묶여 있다. 쓰레기는 가져온 그대로 되가져가야 하며 관리인과 감시 카메라도 없으므로 방문객의 성숙함이 숲을 지킨다. 반려동물 동반은 가능하나 리드줄 착용이 권장된다.
입구는 논밭 뒤편에 위치해 있어 네비게이션으로는 경상북도 영덕군 영해면 벌영리 산 54-1을 입력하거나 벌영리 메타세쿼이아길로 검색하면 된다. 주차장은 숲 어귀에 넓게 마련되어 있으며 주차비 역시 무료다. 숲으로 들어서면 먼저 메타세쿼이아가 빽빽이 들어서 있는 직선 구간이 펼쳐져 전체 공간의 소실점 효과를 만들어 낸다. 사진은 아이폰의 기본 카메라로 중앙에 선 채 인물을 소실점 방향으로 5~10m 앞에 두면 나무 기둥이 자연스럽게 액자 프레임을 형성하고, 갤럭시의 경우 0.6배 초광각으로 좌우가 압축되며 거대한 성당 같은 느낌을 강화한다. 하늘 대신 나무 기둥 사이로 빛이 스며드는 포인트를 노출 포인트로 맞추면 렌즈 플레어도 자연스럽게 잡힌다. 메인 구간 끝엔 진달래 전망대의 철계단이 있으며, 올라가면 동해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르는 데 5분 정도 소요되니 절대 건너뛰지 말아야 한다.
다음 구간은 피톤치드 확장을 위한 편백 숲과 측백 터널이다. 편백은 일반 나무보다 피톤치드를 많이 내뿜는다고 알려져 습도가 높고 비 직후에 향이 특히 강하다. 측백나무 터널은 그늘이 더 깊고 폭이 좁아 지하 통로를 걷는 듯한 이질적 감각을 준다. 전체 산책 루트는 주차장 진입 → 메타세쿼이아 직선 구간(약 10분) → 진달래 전망대 오르내리기(약 5분) → 편백·측백 터널 순환(약 15분) → 숲 내부의 탁자·벤치에서 휴식 → 입구로 복귀하는 흐름이다. 도보로 약 30분 내외의 여유로운 코스이며, 중간의 피크닉 공간에서 새소리와 바람 소리를 흡수하는 시간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숲 내부에서 음식물 반입은 가능하지만 쓰레기 수거는 필수이며, 주변 농경지 배려를 위해 반려동물은 리드줄을 착용해 다니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벌영리의 숲은 해안 경관과 더불어 지역의 가성비 좋은 식도락 루트로도 연결된다. 벌영리에서 차로 10~15분 거리의 축산항이나 영해면 시장 일대가 여름 시즌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는 점이 강조된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축산항횟집이나 물가자미 요리의 노포를 이용하면 합리적인 식사를 할 수 있다. 방문 전 어획 시세를 확인하고 당일 물회 횟감을 파악하는 습관은 이 지역의 특징을 잘 반영하는 지혜이다. 이렇게 한 사람의 오랜 열정이 만든 숲을 걸으며, 다른 사람의 입장료 없이도 혜택을 누리는 체험은 여름 드라이브의 특별한 목적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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