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비는 초록의 채도를 한 층 더 짙게 만듭니다. 이천 신둔면의 너른 들판과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가 물기를 머금고 더욱 선명해지는, 부슬부슬 비 내리는 일요일 아침입니다.
비오는 오월에 아침! 창밖으로 툭툭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맞춰 집 안 가득 커피 향을 채워봅니다.
뜨거운 물이 원두 위로 떨어질 때 피어오르는 그 고소하고 쌉싸름한 향기는, 비 오는 아침의 눅눅한 공기를 단번에 포근한 위로로 바꿔놓습니다. 평소에는 '데이터'와 '입지 분석'이라는 차가운 숫자에 매몰되어 살지만, 이런 날만큼은 커피 한 잔의 온기에 마음을 기대봅니다.
잔을 타고 전해지는 따뜻함이 손끝을 지나 가슴까지 닿으면, 복잡했던 세상의 일들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는 듯한 평온함을 느낍니다. 창가에 앉아 부슬비에 젖어가는 이천의 풍경을 바라봅니다.
저 비는 대지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곧 다가올 여름의 뜨거움을 준비하는 단비가 되겠지요. 우리네 삶도, 그리고 우리가 애정하는 이 땅들도 지금은 조용히 비를 맞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