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상대의 허점을 하나하나 짚어내며 승리감을 맛보았던 시절의 회상은, 분명 맞는 말을 하고 있다고 믿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확신이 가져다 준 결과물은 피로감과 관계의 소원해짐이었다. 확신이 뚜렷해질수록 상대의 눈빛은 차갑게 식고, 논리가 완벽해질수록 소중한 이들과의 연결은 점차 약해졌다. 왜 그토록 틀리는 것을 두려워했는가, 왜 뇌는 맞다고 우길 때만 안도감을 느끼는가라는 질문들은 뇌과학과 심리학, 인류의 처절한 역사를 떠올리게 했다. 여러 서적을 통해 깨달아진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수호하려 했던 확신은 종종 진리의 지표가 아니라 불안을 감추려 뇌가 만들어 낸 정교한 장치에 가까웠다. 정답을 찾는 존재라기보다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존재에 가까웠다. 뇌에게 틀림을 인정하는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사회적 죽음이자 자아의 붕괴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상태를 극도로 혐오하는 뇌는 모호함의 불안을 견디기보다는 설령 틀린 답일지라도 빠르게 정답이라고 규정하고 상황을 종결짓려 한다. 논쟁에서 이기는 순간 분출되는 도파민은 일시적 전능감과 고양감을 선사하지만, 이 쾌락이 논리적 타당성이나 진실 여부보다 이기는 행위 자체에 집착하게 만든다는 점이 문제로 남는다. 모두가 똑같이 생각한다면 누구도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라는 말처럼, 인간은 확신 없이는 살 수 없는 나약한 존재로 묘사된다. 절대적 정답이 사라진 공백을 채우려 인류는 종교보다 강력하고 세속적인 새로운 교리인 이데올로기를 발명해 왔다. 이데올로기의 감옥에 갇힌 자들은 땅을 깎아 지도에 맞추려 들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구체적 삶과 생명이 깎여 나간다. “어둠은 어둠을 몰아낼 수 없습니다. 오직 빛만이 그것을 할 수 있습니다. 증오는 증오를 몰아낼 수 없습니다. 오직 사랑만이 그것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이러한 논의를 흥미롭게 확장시킨다. 또한 이 책의 이야기도 흥미로울 것이란 예시는 독자에게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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