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처음부터 쉽게 이해되는 사건은 아니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백혈병 환자가 치료 중 사망한 사례로 보일 수 있으나, 실제 진료기록과 치료 과정을 하나씩 검토하면 사건의 흐름이 다르게 드러납니다. 망아로 불리던 당시 만 15세의 환자는 지속적인 출혈과 코피 증상으로 병원을 찾아 급성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약 3개월간 항암치료를 거친 뒤 조혈모세포이식을 계획하게 됩니다. 조혈모세포이식은 골수 자체를 제거하는 고강도 치료 전후 과정이 포함되므로, 이식을 준비하는 전처치가 일반적으로 이어지는 치료 흐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식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환자를 무균실로 전실하는 등 전처치를 시행하였으나, 심평원의 급여 불허 판정이 내려지자 전처치를 중단하고 환자를 일반병실로 이동시켰습니다. 이후 염증 수치가 상승하고 패혈증 증세가 나타나 결국 이식이 시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하게 되었는데, 이 지점이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됩니다. 전처치를 이미 시행한 상황에서 이식을 중단한 판단이 과연 적절했는가가 쟁점으로 부상했습니다.
정일채 변호사는 의사면허를 가진 의료전문변호사로서 의료적·법률적 관점에서 이 사안을 함께 분석했습니다. 전처치 과정에서 사용된 부설펙스 Busulfan, 엔독산 Cyclophosphamide 등은 이식을 전제로 투여되는 약물이라는 점에 주목했고, 전처치가 진행된 이후 이식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환자가 감염 등 치명적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을 중심으로 사건을 정리했습니다. 또한 심평원의 급여 승인이 없더라도 비급여 방식으로 조혈모세포이식을 진행할 수 있었던 가능성도 중요한 쟁점으로 제시되었습니다.
진료기록에서 확인된 부분은 병원 측이 “보호자 측이 무균실 입실을 거부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조사 과정에서 의무기록 중 일부가 사후적으로 기재된 정황이 발견되었고 재판부도 이를 인정했습니다. 의료 사건에서 진료기록 한 줄의 변화가 사건 전체의 흐름을 바꿀 수 있기에 초기 단계의 증거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제1심 법원은 병원의 과실 및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고, 약 5억 원의 청구 가운데 약 3억 원 상당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뒤 양측의 항소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의료사고의 고도 전문성을 확인시키는 사례로, 의사 출신 변호사의 의학적 전문지식과 법적 분석이 결합되어 조혈모세포이식술과 전처치 이후 과정에서의 의료진 과실을 입증하고 부모의 정신적·재산적 손해 회복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의료 사건은 단순한 결과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당시 예정된 치료와 변경 이유,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판단을 전체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교훈을 남깁니다. 정일채 변호사는 의사로서의 임상 경험과 변호사로서의 분석을 바탕으로 향후 다양한 의료 사건의 쟁점을 계속 정리해 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