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말과 글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오가고, 간식 시간에 눈곱과 눈꼽의 표기 차이에 대해 궁금해 하는 순간이 있었어요. 당연하게 쓰던 말의 이유를 묻는 아이를 보며 역시 답이 바로 서지 않는 상황을 경험했고, 함께 답을 찾기로 결정했지요. 요즘은 말놀이가 가정의 트렌드가 되었고 잠들기 전 같은 말의 다른 뜻 찾기나 특정 질문을 통해 말의 다양성을 탐구하는 시간이 자주 생겼어요. 이런 과정 속에서 말이 가진 여러 얼굴이 새삼 느껴지더군요.
그때 우연히 발견한 책은 팬티 입은 늑대 8이었어요. 처음엔 제목이 장난스러운 수준으로 보였지만 표지와 내용의 일부가 아이가 궁금해하던 주제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어 읽어보게 되었지요. 주인공 진박새 그뤼모가 등장하며 말이 왜 이렇게 복잡하게 쓰이고 소리 나는 대로 적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을 동화처럼 풀어낸 내용이 마음에 들었어요. “왜 눈곱은 눈곱이고 늑대는 늑대야” 같은 말다툼의 순간들이 아이의 웃음으로 이어지기도 했어요.
그뤼모와 팬티 입은 늑대의 모험은 말의 비밀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펼쳐지며, 말이 나무처럼 자란다는 비유가 인상적이었고 아이도 “말이 자라나?”라고 반짝이며 이해하는 과정을 보였어요. 단어 하나가 뿌리를 내려 여러 의미로 가지를 뻗는다는 설명은 재미와 함께 학습의 포인트가 되었고, 아이와 함께 배라는 단어를 선택해 먹는 배, 타는 배, 배달, 배움 등 다양한 가지를 그림으로 그려보았죠. 꾸민 나무는 예쁘지 않아도 아이가 완성했다고 기뻐하니 충분히 뜻깊었어요.
책의 메시지는 단순한 정답 제시가 아니라 함께 생각하고 토론하는 과정 그 자체에 있었어요. 말이 너무 규칙적이면 재미없고 제멋대로면 엉망이라는 균형의 중요성도 깨달아 가며, 아무 말이나 막 해서는 안 된다는 약속의 필요성도 이해하게 되었죠. 아이도 “그래서 아무 말이나 막 하면 안 되는 거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이 책은 아이의 궁금함을 즉시 해결하기보다 더 넓은 이야기로 이끌어주는 힘이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고, 둘이 마주 앉아 한 권의 책을 나누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확인시켜 주었어요. 말나무를 하나 더 키울까 하는 대화가 자주 오가고, 새로 배운 단어를 적어오기도 하며 말이 자라난다는 표현이 아이 마음에도 남은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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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아이의 언어 호기심을 키워준 그림책 팬티 입은 늑대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