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달랐던 아름다운 오해 계절이 바뀔때 마다 들을 수 있고, 누구나 다 아는 걸작 《사계》로 알려진 안토니오 비발디. 아무 정보없이 발걸음을 한 나는 일종의 전기영화를 기대하며 극장에 의자에 앉았다.
그런데 첫 장면부터 내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 영화는 비발디의 드라마가 아니라, 1716년 베네치아 피에타 고아원에 갇힌 한 소녀 체칠리아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를 통해 18세기 유럽의 화려한 껍데기 아래 숨겨진 진짜 얼굴을 마주하게 됐다. 시대극의 미화, 그 이면을 보게 되다.
우리는 시대극을 볼 때 지나치게 아름다운 장면들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K-사극 속 갖가지 화려함과 말끔함은 사실 아재들의 추억 보정보다 몇 곱절 강렬하다.
그 시절을 직접 겪지 못한 우리는 보정조차 할 엄두도 못 내고 그저 받아들일 뿐. 《비발디와 나》는 그런 환상을 단호히 깨뜨린다.
고아원 소녀들은 머리카락 한 올도 드러내지 않은 채 무채색 천으로 꽁꽁 싸인 모습으로 살아간다. 이름도,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