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거 계수기의 소음으로 시작되는 두려움 HBO의 드라마 체르노빌에서 들려오는 공포는 폭발음이 아니라, 일정하지 않은 가이거 계수기의 소리다. 그 소리는 화면보다 앞서 다가와 불안을 각인시킨다.
드라마의 공포는 피폭이나 붕괴의 시각적 재현이 아니라, 귀에 맴도는 이 ‘보이지 않는 위험’의 진동이다. 시종일관 신경질 적으로 우리를 괴롭히는 이 소리는 결국 인간이 감각으로 포착할 수 없는 영역의 침입을 상징하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의지하는 모든 것(5온)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깨닫게 한다.
체르노빌의 공포는 기계가 들려주는 소리를 통해서만 알 수 있기에 공포스럽다. 부정의 체계와 연기법의 거부 과학자 레가소프의 보고를 부정하는 당국자들의 태도는 단순한 정치적 방어가 아니다.
그것은 ‘거대한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심리적 방어’의 표현이다. 자신이 이해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사태를 부정함으로써 마음의 균형을 지키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부정은 곧 현실을 거부하는 행위이며, 방어기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