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그토록 말이 없다. 그러나 나무를 다루는 손끝은 세월의 이야기를 한껏 품는다.
한평생, 나무와 함께 숨 쉬어온 장인이 그렇게 있었다. 그가 깎고, 다듬고, 옻칠한 목기에는 사람이 있었다.
삶이 있었다. 그리고 사랑이 있었다.
대전광역시 무형유산 목기장(木器匠) 보유자 김인규(金仁珪) 선생이 올해 1월, 향년 88세로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한 시대의 장인이자, 한 세기의 전통을 이어온 거장의 퇴장이었다.
김인규 선생의 삶은 그 자체로 한국 목기장의 역사였다. 목기의 고요함처럼 소리 없이, 그러나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 목기 장인이었던 아버지의 곁에서 배움의 첫 걸음을 내디딘 그는, 오랜 시간 목공학교에서 기술을 연마하며 전통 목기의 뿌리를 다졌다. 1970년대 초 대전 땅에 자신의 첫 공방을 연 그는 상업주의와 타협하지 않고, 오롯이 장인의 길을 걸어왔다.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목기는 단순한 공예품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국의 정신이자 문화였다. 전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