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봄햇살이 드리워지던 상반기 청주 예술의 전당, 그곳에서 펼쳐진 지숙자 화가의 개인전 ‘도약하다’는 마치 기억의 이면을 더듬듯, 조용하지만 단단한 울림을 남긴 전시회였다. 그 속에서 특히 눈을 뗄 수 없던 작품 한 점, 작고 고요한 화면에 감정의 파장을 새겨 넣은 듯한 '게들의 여행(24.2x33.4cm, Acryl & Mixed media)'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작은 캔버스 위를 유영하는 수많은 게들, 그리고 붉고 노랗고 자줏빛인 이 작은 생명체들은 화면 하단에 조밀하게 모여,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마치 떠날 채비를 마친 무리들이 고요히 행렬을 이루듯 말이다.
이들은 실제의 '게'이면서도 동시에, 바다에서 뭍으로, 그리고 다시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존재의 비유’이기도 했다. 지숙자 작가에게 있어 ‘게’는 단지 시그니처 이미지 만이 아니다.
유영과 도약, 회귀와 이탈이라는 삶의 근원을 짚어내는 상징적 도구다. 배경을 이루는 풍부한 녹색은 바다이기도 하고 숲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