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페라리의 루체를 로마에서 공개한 순간과 그 이후의 흐름을 한 편의 기록으로 남긴다. 2026년 5월 25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루체를 공개했고, 이는 1947년 로마 그랑프리 첫 승리 기념일에 맞춘 의도였다. 이름인 루체는 ‘빛’을 뜻하며, 페라리 역사상 처음으로 4도어 5인승 레이아웃을 갖춘 모델이기도 하다.
가격과 스펙 면에서 루체는 유럽 기준 시작가가 55만 유로로 책정됐고,한화로는 약 9억 6,000만 원대다. 파워트레인은 F80에서 계승된 래디얼 플럭스 영구 자석 동기 모터 4개로 구성되어 바퀴마다 독립 구동을 구현한다. 앞 모터 최대 30,000rpm, 뒤 모터 최대 25,500rpm으로 회전하며 합산 최고 출력은 1,050마력이다. 제로백은 2.5초, 0에서 200km/h까지는 6.8초, 최고 속도는 310km/h에 이른다. 배터리는 122kWh 용량으로 최대 350kW 초급속 충전을 지원하고, 충전을 시작하면 20분 만에 70kWh를 채울 수 있다. 1회 완충 주행 거리는 530km 이상으로 보이며 공차중량은 배터리 팩 포함 2,260kg이다. 주요 부품의 70%에 재활용 합금을 사용했다.
주행 엔지니링에 대한 찬사와 우려가 공존한다. 차량 제어 장치(VCU)가 초당 500회 데이터를 업데이트하고 신규 사이드 슬립 컨트롤 X와 4륜 토크 벡터링이 맞물려 2,260kg의 전기차가 내연기관 슈퍼카급 핸들링을 보여준다는 점이 주목을 받는다. 사운드는 전기 파워트레인에서 나오는 실제 소리를 키워낸다는 점에서 독보적이지만, 배터리 무게 약 700kg으로 하부 섀시가 두꺼워지며 예전의 날렵한 비례감이 희석됐다는 지적도 있다. 트랙 주행에서의 한계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디자인은 조니 아이브와 마크 뉴슨이 이끄는 러브프롬과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기존의 프런트 미드 엔진 비례를 벗어나 날카로운 쐐기형 상단 라인과 두꺼워진 하단부가 만나는 쉘 실루엣이다. 전후면 공기역학 윙은 차체 위에 떠 있는 듯하고, 투명 라이트 패널은 조명이 꺼지면 차체 안으로 사라진다. 전륜 23인치·후륜 24인치의 스태거드 휠과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구현했고, 실내는 촉각 중심의 인터페이스를 채택했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기계식 버튼·다이얼이 눈에 띄며 비스포크 EV 플랫폼 기반으로 차체가 설계됐다. 배터리 하우징이 차체 구조재 역할을 겸하도록 하여 굽힘 강성은 25%, 비틀림 강성은 35% 향상됐다.
한국 기술은 루체의 핵심 구성에서도 빛을 발한다. 배터리는 SK온이 독점 공급하며 122kWh 고전압 NMC 팩을 제공한다. 실내 디스플레이 4종은 삼성디스플라이가 공급한 초슬림 곡면 OLED로 구성되고, 12.9형·12형·10.1형·6.3형의 화면과 드라이버 비너클에 12형과 12.9형의 이중 겹침 구조가 적용됐다. 또한 HIAA 기술로 계기판 중앙에 100mm 구멍을 뚫어 실제 아날로그 바늘이 움직이도록 설계했다. 핵심 부품은 이탈리아 마라넬로 본사에서 직접 설계·생산됐고, 개발 과정에서 60여 건의 특허가 출원됐다. Ferrari Forever 철학은 고전압 배터리 등 핵심 부품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유럽 시장 인도는 2026년 4분기부터 시작되고 한국에는 2027년 공식 출시가 예정됐다. 글로벌 출시가 진행되면 한국 시장에서도 자연스럽게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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