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페라리의 정체성과 그 변화에 대해 오랜 기간 들여다보며 느낀 바를 정리한다. 페라리의 정체성은 폭발적인 엔진음과 강렬한 외형, 그리고 운전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순수한 스포츠카라는 세 가지 축으로 굳건히 유지되어 왔다. 팬들인 페라리스티는 이를 두고 페라리가 가지는 본질이라고 믿었고, 모델이 따라야 할 규범은 언제나 이 조합의 강렬함이었다. 2인승이든 2+2 GT 쿠페이든, 이 공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페라리는 그 기대를 충실히 지켜왔고, 엔진의 폭발성을 as well as 차체의 날카로움으로 브랜드를 상징해 왔다.
그러나 루체는 이 정체성에서 벗어난 선택을 내렸다. 루체는 페라리의 첫 순수 전기차로 5명이 탑승하는 4도어 스포츠세단이다. 가격은 55만 유로로 고가 라인업에 속했고, 성능 면에서도 바퀴마다 독립 모터를 달아 합산 1,035마력을 내며 0→시속 100km를 2.5초에 달성하고 최고속도는 310km/h에 이른다. 문제는 그 위에 얹은 디자인이었다. 애플의 아이브가 참여했다고 알려지지만 최종 결과는 전기차 시대의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둥근 형태로, 팬들의 기대와 정반대였다. 온라인에서 닛산 전기차를 빼닮았다는 말이 나왔고, 아이폰 충전기를 연결한 듯한 차체를 합성한 밈이 퍼지며 심지어 브랜드에 대한 모욕이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그 결과 페라리의 정체성으로 여겼던 강렬함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투자자 입장에서 본 진짜 이유도 무겁다. 루체 공개 직후 페라리 주가는 8% 넘게 떨어졌고, 팬들이 싫어하는 차가 팔리지 않는다는 상식이 외부의 우려로 확산되었다. 과거를 중시하던 전 회장도 “전설이 무너질 위험”이라며 강하게 반대했고, 경쟁사 람보르기니 역시 전기차 계획을 접고 하이브리드로 방향을 바꿨다. 그럼에도 페라리는 물러서지 않았다. 베네데토 비냐 대표는 80년 역사에서 보기 드문 도약이라고 평가했고, 시장의 반응이 향방을 가를 것이다는 견해를 남겼다. 루체가 빛으로 남을지 그림자로 남을지는 2026년 4분기 인도 시작 시점에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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