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거주하지 않는 섬이 있다. 이름은 헨더슨 섬.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속한 청정 구역으로 알려진 이토록 고요한 해변이 어느 날 소라게 사체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남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해 있으며 뉴질랜드와 칠레의 중간에 놓인 산호초 기반 무인도다. 인근 인구 밀집 지역까지의 거리는 약 5,000km에 이른다. 해안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추정량은 약 3,800만 개 이상. 주요 발견물은 소라게의 체로, 수십만 구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는 2019년 저널 오브 해저드스 매터리얼스에 실린 연구로 확인되었고, 연구팀은 태즈메이니아 대학교 IMAS와 런던 자연사박물관으로 구성되었다.
소라게는 태어날 때 껍데기가 없고, 살아 있는 동안은 남의 집을 빌려 산다. 몸이 커질수록 더 큰 껍데기를 찾아 이사를 반복한다. 그러나 껍데기가 없으면 죽는다는 본질적 약점을 지녔다. 헨더슨 섬의 해변에서 자연산 껍데기가 사라지자 자리를 대신한 것은 플라스틱 물건이었다. 페트병과 화장품 용기, 유리병 등 수천 킬로미터 바다를 건너온 인공물들이 채웠다. 소라게는 반짝이고 단단한 표면을 집으로 오인했고, 그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했다. 이유는 매끄러운 플라스틱 내벽이 마찰력을 잃게 만들어 움직임을 제약했기 때문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 갇혀 탈수로 죽는 경우가 다수였고, 그 현장은 단번에 끝나지 않았다.
사건의 연쇄성은 더욱 심각했다. 소라게는 동료의 죽음 냄새를 감지하는 생태적 신호를 갖고 있다. 빈 집이 생기면 새로운 먹이로 삼으려는 욕망이 작용했고, 냄새를 따라 들어간 소라게들이 차례대로 갇혀 죽는 현상이 벌어졌다. 하나의 플라스틱 병이 스스로 먹이를 불러들이고, 함정이 또 다른 함정을 만들었다. 연구자들은 헨더슨 섬과 코코스 제도 일대를 조사했고, 이 방식으로 죽은 소라게만 수백만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실제 수치는 더 많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소라게는 해변의 유기물을 분해하고 토양을 순환시키는 생태계의 청소부이자 순환의 고리로 기능한다. 그러나 그 고리가 끊기면 해변 전체의 생태계가 붕괴될 위험이 커진다. 헨더슨 섬은 무인도라 사람의 행적이 닿지 않는 곳이었고, 그래서 이 비극은 오랜 시간 동안 아무도 몰랐다. 수십 만 마리가 죽어가던 동안 주변은 고요했고, 버려진 쓰레기를 버린 이들의 행적도 알지 못했다. 자신이 버린 페트병 하나가 수십 마리를 연쇄적으로 잡아들이는 함정이 되었다는 사실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조차 되새겨야 할 경고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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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게
원문 링크 : 뉴질랜드섬을 뒤덮은 소라게 사체 수십만 마리의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