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강산이 한 번 변하고, 그 산 아랫 동네가 또 한 번 변했을 법한 시간. 12년 전, 대학 새내기였던 내가 처음으로 접한 연극이 바로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다.
당시 교양수업 과제 때문에 과동기들과 함께 홍대 산울림 소극장으로 우르르 몰려가 이른바 '단관'을 했었는데,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내 인생 최고의 '연극'이 됐다. 요즘 더 잘 나가는 안석환 아저씨가 주연이었는데,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고도는 언제쯤 올까?"
, "정말?"하고 대사를 치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때 무대의 매력, 연극의 매력에 꽤나 심취했던 것 같다. 보통 이정도 썰을 풀어놓으면, '나는 그 때 이후로 무대에 서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무작정 극단으로 들어가 허드렛일을 하며 어깨 너머로 연기를 배웠죠.'라는 독백을 읊조리며, 어느 소극장 연극 배우로서의 삶을 고백할 것 같지만...
실은 그 때 이후로 연극을 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일년에 한편이나 봤을까.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