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 나룻터 근처에 정박한 배 위에 올라서 절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강호의 '풍류' 아니겠는가.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강변은 한낮과는 또 다른 운치로 물들기 시작했다. 물가에 흐드러지게 핀 하얀 꽃나무 아래 자리 잡고 홀로 술이라도 걸친 뒤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어느새 주변 풍경이 기묘하게 바뀌어 있었다. 돌산을 통째로 깎아 만든 수많은 불상들.
붉은 어스름이 내려앉은 하늘 아래서 그 무표정한 얼굴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고 있는 듯 했다. 이 기괴한 돌산에 살아있는 인기척이라곤 딱 하나뿐이었다.
묵묵히 돌을 쪼고 있는 어느 석공. 슬쩍 다가가 말을 걸어보니, 예전엔 이곳이 불상을 조각하는 장인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는 씁쓸한 옛날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금은 다 떠나고, 저 거대한 돌산과 씨름하는 건 오직 자신뿐이라는데, 홀로 망치를 두드리는 그 뒷모습이 어찌나 짠하고 고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