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예뻐서 샀는데 손이 안 가는 키보드 이야기다. 바로 에포메이커 RT100으로, 처음엔 거의 매일 사용하다가 지금은 한 달에 한 번도 안 쓰는 상황이 되었음. RT100은 과거 한 차례 감성 위주로 살폈지만, 이번에는 실사용과 스위치 교체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당시에는 감성 원툴로 여겨졌으나, 시간이 흐르며 실제 타건과 확장성을 점검하게 되었다.
박스 포장에는 약간의 찍힘이 있었으나 본체에는 큰 문제가 없고, 구성품은 키보드 본품과 스위치 풀러, 미니 디스플레이로 이루어진다. 저소음 바다소금축 버전을 선택한 이유는 가격 대비 타건감이 좋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미니 디스플레이가 핵심 매력으로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날짜 시간 이미지 CPU 온도 지역 날씨까지 표시되어 데스크테리어 측면에서도 완성도를 높여준다. 여기에 로봇 버전 디스플레이까지 추가하면 책상 분위기가 크게 바뀌는 느낌이 강조된다.
기본 스펙은 97키 배열에 볼륨 노브, 가스킷 구조, 2.4G/블루투스/유선의 3모드 연결, 핫스왑을 지원하는 확장성이 흥미롭다. 실제 사용에서의 아쉬움으로는 노브가 매끄럽게 돌지 않는 점, 키가 작아 그립감이 애매하고 우측 넘패드의 0번 키 크기 및 방향키 간격으로 오타가 발생하는 편이라는 점이 꼽힌다. 반대로 벽돌처럼 묵직한 기본 타건감에 로우 피치 특유의 눌리는 느낌이 있어 저소음 구성과 결합하면 사무실 용도에는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타건 피드백이 약하고 소리가 거의 없어 흥미가 떨어진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거론된다.
결국 스위치를 교체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회목축으로 바꾸자 타건 피드백이 확실해졌고 타건음도 적당히 살아나는 모습이 뚜렷해졌다. 로우 피치의 눌리는 느낌이 사라지고 리니어 특유의 경쾌함과 반발감이 살아나며 타건의 재미가 크게 증가했다. 클랙키한 질감도 살아나고 바닥을 치는 소리도 또각또각 깔끔하게 끊겨 들어오지만 텅텅거림이나 플라스틱 울림은 크게 거슬리지 않는 수준이다. RT100은 여전히 완성형 키보드는 아니지만 스위치 교체를 통해 완성에 가까워지는 형태로, 감성은 이미 완성되고 타건감만큼은 커스텀으로 완성된다고 느껴진다. 한 줄 요약은 예쁜데 안 쓰게 된다면 스위치부터 바꿔보라는 것. 스위치를 바꾸면 하나의 키보드가 새롭게 탄생하는 사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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