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드 시스템을 도입했고 현장 인건비를 아끼려 했다. 포장대나 피킹 라인에서 작업자들이 PDA나 무선 스캐너를 들고도 바코드가 안 찍힌다고 하소연한다는 현장이 자주 보인다. 한 번에 딱 찍고 다음 동선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인쇄가 흐릿하거나 비닐 반사 때문에 “삑- 삑-” 대여섯 번씩 헛손질이 반복된다. 스캐너 바구니를 열어보면 먼지가 가득 끼어있거나 배터리가 방전돼 유선 충전기에 의지하는 모습도 흔하다. 바코드 스캔 속도가 제자리를 못 찾아 작업자들이 버벅거리는 진짜 이유는 손놀림이 느린 탓이 아니라 인식률이 떨어지는 싸구려 라벨지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장 집기인 스캐너와 PDA 유지보수 프로세스가 엉성하다는 점도 문제의 큰 부분이다. 스캔 오인식으로 무수한 비가동 시간이 발생해 결국 사장 통장에서 야근 수당으로 새 나간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하는 분들이 많다. 스캐너가 안 찍혀 눈으로 검수하는 순간 전산은 끝나고 말지 않는가? 돈을 못 버는 창고를 보면 현장 관리자가 “바코드가 안 찍히면 송장 번호를 보고 눈으로 확인하라”는 멍청한 지시를 내리는 일이 있다. 이처럼 바코드 시스템이 도입된 상황에서 수기 검수로 돌아가는 순간 물류센터는 수억 원짜리 전산 시스템의 가치가 희생되는 셈이다. 한 번에 안 찍혀 대여섯 차례 스캐너를 대는 동안 피킹 UPH는 반토막나고 인쇄 상태 문제로 오인식이 터지며 결국 작업자는 대충 넘어가 대형 오배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교대 시간마다 배터리 충전이 안 돼 스캐너가 꺼지면 현장 라인은 통째로 멈춘다. 바코드는 물류센터의 언어이자 현장과 전산의 연결고리인데, 이 언어가 어긋나면 실물과 전산도 칼처럼 맞아떨어지기 어렵다. 그 1초, 2초가 모여 한 달이면 수백만 원의 인건비 손실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체감하는 관리자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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