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의 청기와주유소에서 일하며 어릴 때부터 씨름을 해온 주인공의 이야기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점장이 도깨비와 씨름해달라는 황당한 제안을 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와 진짜 있을 법한 느낌이 깊이 다가와 몰입이 100%였어요. 아주 짧은 분량이라도 강렬하게 남는 여운이 남았습니다.
다음으론 히가시노 게이고의 사소한 변화가 제 머릿속을 오래 맴돌았어요. 강도사건에 휘말려 머리에 총을 맞고 다른 사람의 뇌일부를 이식받게 된 나루세의 이야기인데, 이식된 뇌로 인해 점점 달라지는 모습이 꽤 충격적이고 섬뜩하게 다가왔죠.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게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여운이 오래 남았습니다.
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은 앤드 앤솔러지의 단편들을 모아 놓은 소설집이라서 기대와는 다르게, 여러 주인공의 인격장애를 다양한 시선으로 탐구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조예은 작가의 글도 궁금했지만, 임선우 작가의 지상의 밤이 특히 기억에 남았고, 해피엔딩이라 해도 삶의 험난함을 어루만지는 끝맺음이 인상적이었어요. 수가 해파리로 변해가며 아버지의 죽음 이후 홀로 남겨진 상황에서 희조를 만나 살아내려 애쓰는 이야기는 독자에게 큰 울림을 남깁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 따위 없어져 버려라를 읽으며, 데이터화된 미래 세계가 현실과 어떻게 구분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뇌리에 남았어요. 잉게와 이를 회수하려는 사서Q의 만남에서 벌어지는 전개는 결말의 반전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게 했고,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규칙이나 역할이 사실은 누가 쓴 이야기인지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는 점이 강렬했습니다. 이처럼 각 작품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규범과 현실의 경계를 흔들어 놓아, 읽는 동안 지속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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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26년 5월, 읽은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