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성"은 우리 집 노래방 십팔번, "편지"는 결혼식 단골 축가인데 이 두 곡이 같은 사람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독자들에게 알려졌다. 정답은 둘 다 김광진의 작품이다. 30년 넘게 불리는 국민 명곡 두 장을 한 사람의 손에 들어 있다는 사실은 이 작곡가의 독보적인 재능과 다층적 이력의 결합에서 비롯됐다. 김광진은 가수이자 작곡가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 미시간대 MBA에 CFA 자격증까지 취득한 현직 펀드매니저 겸 애널리스트이기도 하다. 삼성증권과 DB자산운용 등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이력은 낮과 밤이 경계 없이 흘러가던 시절의 현장을 떠올리게 한다. 정장에 서류가방을 들고 거래처에 음반 CD를 돌렸다는 일화는 업계 전설으로 남아 있다. 이처럼 생활의 다양한 측면이 음악으로 스며들었고, 이로 인해 작품의 깊이가 더해졌다.
두 곡의 탄생 과정을 보면 더 놀랍다.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2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가사는 밝고 동화적이지만 실제 심리적 스트레스가 한창일 때 쓰였다고 고백된다. 이후에는 가사가 공주를 어둠의 동굴로 비유하는 농담까지 나오며, 밝은 멜로디 뒤에 숨은 반전이 음악에 더 큰 매력을 부여한다. 1집은 130만 장이 팔렸고 지금은 음악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편지"의 하오체 담담한 가사는 무명 시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여자친구의 부모 반대로 다른 남자와 선을 보게 된 상황에서 화가 난 감정이 가사에 녹아 있고, 결국 여자가 김광진의 곁을 택해 현재의 아내가 된 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이처럼 사연을 알고 들으면 두 곡은 더 아프게 다가온다.
김광진의 남다른 작곡 방식은 이목을 끈다. 이소라의 "처음 느낌 그대로"와 "기억해줘", 이승환의 "덩크슛"과 "내게", 한동준의 "사랑의 서약", 더 클래식의 "여우야" 등 다수의 곡을 남겼다. 다작은 아니지만 한 발 한 발이 항상 명중을 찍어 왔다는 지론을 굳건히 지켜 왔다. 한동안 음악 활동이 침체되기도 했다. 공연 기획 중 소품과 세션비를 둘러싼 금전 피해를 겪으며 활동을 접은 적이 있다. 약 20년이 흐른 뒤 2026년 5월 성시경 채널과 딩고의 킬링보이스에서 히트곡 14곡을 원테이크 라이브로 선보이며 다시 무대에 올랐다. 그때도 변함없는 음색과 감미로운 울림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거장은 화려한 고음이나 기교보다는 듣는 이의 마음속으로 자연스레 들어가 앉는 힘이 있다. 펀드매니저의 냉철함과 작곡가의 따뜻함이 한 몸에 남아 있는 독보적인 존재다. 생애에 남긴 두 편의 명곡은 여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남겨 두고 있으며,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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