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을 지으시는 환자분들께 “약 드시는 동안 소화 안 되는 기름진 음식은 조금 피하세요”라고 복약 지도를 드리면, 십중팔구 이런 질문이 이어집니다. “그럼 마시는 건요? 커피는 속에 안 좋을 것 같으니, 대신 따뜻하고 건강에 좋은 녹차나 홍차를 물 대신 자주 마셔도 될까요?” 많은 분들이 차가 건강에 이롭다고 느끼는 점을 고려하시지만, 결론은 한약을 복용하는 동안에는 녹차와 홍차도 가급적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녹차의 탄닌 성분이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떫은맛의 주성분인 탄닌은 항산화 작용 등 우리 몸에 이롭지만, 한약과 만났을 때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한약 속에는 식물의 뿌리나 잎, 줄기에서 우려낸 다양한 유효 성분이 녹아 있는데, 이때 녹차의 탄닌은 어떤 성분을 강하게 끌어당겨 엉겨 붙게 만듭니다. 그러면 위장 속에서 한약의 좋은 성분들이 탄닌과 결합해 입자가 커져 흡수되기 어렵고, 결국 약효가 부족한 상태로 대변으로 배출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비싼 좋은 한약을 지어 드시면서도 약효를 반 쪽만 놓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죠. 철분제 복용 시 녹차를 피하라는 원리와도 같은 이치입니다.
그렇다면 한약 복용 중 물 대신 어떤 차를 마실 수 있을까요? 탄닌 성분이 없는 보리차, 옥수수수염차, 둥굴레차 같은 고소한 곡물차는 한약과 함께 드시거나 물 대신 수시로 드셔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습관상 녹차나 홍차, 커피를 꼭 끊기 힘들다면 한약 복용 후 최소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위장에서 한약재가 흡수된 뒤에 연하게 한 잔 정도를 섭취하면 약효에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바른 방법으로 복용하셔서 좋은 효과를 보시길 바라며, 진심으로 약재를 정성껏 달여 드리는 제 입장에서도 내 몸에 100% 흡수되어야 진짜 보약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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