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올해 마지막으로 반팔 티를 입고 잔 날이 될 것 같다. 호기롭게 ‘반팔도 괜찮을 거야!’
했다가 밤새 떨며 ‘긴팔 입고 잘걸’하는 회한에 사무쳤기 때문이다. 한 달 새 이렇게 시원해지다니 가을은 정말 마음에 드는 녀석이다.
공기가 더 이상 나에게 찐득찐득 달라붙으려 하지 않는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누구세요?’ 모른척하는 쿨함도 엿보인다.
나는 공기의 무관심 속에 서늘하게 냉장되고 있는 느낌이다. 나의 신선도를 유지하며.
땀도 흘리지 않으며. 다 좋은데 한 가지 귀찮은 것은 장롱 위에 꿍쳐놓은 가을 옷을 꺼내는 일이다.
의자를 옮기고, 올라가고, 낑차 박스를 내려서 가을 옷을 꺼내고, 여름 옷을 집어넣는 등등의 일이 귀찮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치르는 의식인데, 이렇게 하고 나면 정말로 여름이 끝났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 된다.
여름이 지긋지긋하긴 했지만, 홀가분히 보내주기도 싫은 그런 이중적인 마음이다. 나도 결국 변화를 두려워하는 인간이다.
변화가 멱살 잡고 나를 끌고...
원문 링크 : 잠시 안녕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