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의 「봄길」은 1997년 시집 『사랑다가 죽어버려라』에 수록된 서정시로, 한국 현대사의 굴곡 속에서 성장한 시인이 절망적 현실에도 희망과 사랑을 실천하는 삶의 태도를 노래한다. 시인은 생명을 깊이 관찰하고 사유하는 작가적 뿌리를 바탕으로, 절단된 현실을 이겨내고 스스로 사랑을 개척하는 자세를 형상화한다. 이별과 상실의 수그러들지 않는 그림자 속에서도 사랑은 잔존하고, 남은 이가 스스로 사랑이 되어 봄길을 끝없이 걷는 의지를 보여 준다.
이 작품의 핵심 표현은 역설적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라는 구절과 수미상관 구조가 돋보이며, 봄은 새로운 시작과 희망의 상징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구성은 비슷한 문장 구조의 반복을 통해 의미를 강조하고 운율을 형성한다. 또한 개인의 내적 경험과 더불어 공동체적 연결을 탐구하며, 개인의 고독과 사회적 연대감을 동시에 드러낸다.
정호승의 시세계는 한국인이 선호하는 ‘시적 원형질’을 바탕으로 낯익은 느낌과 낯선 충격을 동시에 주며, 윤동주의 순수성과 정결함, 김소월의 음율적 특성, 한용운의 언어적 역설과 선적 사고를 공통점으로 삼는다. 이러한 전통 속에서 엄혹한 현실에 대한 슬픔과 함께 빛과 별을 포기하지 않는 영원한 천문정신이 사랑의 구현으로 이어진다. 이 시는 개인의 삶이 공동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묻고, 고독과 사회적 연대감을 동시에 표현하며 남을 위한 봉사와 희생,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랑의 실천을 제시하는 현대 서정시의 대표작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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