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의 총체적 부실은 관료적 무능과 국가 역량의 한계, 신뢰의 침식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나타난다. 가. 관료적 무능은 확인된 사실이 투표용지 수급과 현장 운영의 실패라는 점에서 분명하다. 그러나 개표 조작이나 조직적 부정선거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현재로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투표율 예측 실패, 현장 대응 매뉴얼 미비, 책임 행정 부재, 선관위 조직의 해이성과 위기관리 능력 부족 등은 행정적 무능을 심각하게 드러낸 요인으로 지적된다.
나. 국가 역량(State Capacity) 문제는 선거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기본적인 행정 서비스로 수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따라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실수를 넘어 국가 운영체계 전반의 신뢰 문제로 이어진다는 직시가 필요하다. 선관위가 헌법기관이라는 점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할 기관마저 실패했다는 상징성은 크다. 이는 정책과 행정절차를 실제로 집행하는 능력의 저하로 읽히며, 국가역량의 약화 신호로 남는다.
다. 신뢰의 침식은 특히 사회적 자본의 핵심인 신뢰가 약화되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현대사회는 시민이 모든 절차를 직접 검증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공기관을 신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이 신뢰가 약화되면 정상성의 붕괴를 느끼고 존재론적 안전도까지 위협받는다고 지적된다.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의 시각에 따르면 현대인은 매일 사용하는 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살아가는데, 그 전제가 무너지면 피해 규모를 넘어 사회적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
또 한 가지 본질적 변화는 용어의 전환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서 ‘국민 참정권 침해’로 용어가 바뀌었고, 이에 대해 전 정부적 표현 사용을 지시했다는 지적이 제시된다. 18개 대학 시국선언에서 강조된 참정권 훼손의 관점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이나, 현장에는 부정선거 음모론이 퍼지며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현장을 점령하고 상징을 약탈하기 시작하면 순수한 참정권 운동은 퇴색할 수밖에 없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등장한 상황에서 장동혁 등의 흐름이 나타나면서 올림픽 공원 시위는 좌초된 것으로 보인다.
원문 링크 : 올림픽공원 봉쇄 시위, 망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