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쿠닌과 바흐친의 혼동은 프랑스어 원문을 검색하던 과정에서 시작된다. 러시아 학자 이름이 비슷하고 성의 초성이 바로 시작하는 점이 인지심리학의 가용성 휴리스틱과 의미망 확산 활성화를 통해 쉽게 떠올려진다. 바쿠닌은 1814년생 무정부주의 사상가로 널리 알려졌고, 바흐친은 1895년생 러시아 형식주의 문예 이론가로 어느 정도의 관심과 기억이 남아 있다. 이로써 동일한 글맥을 공유하는 두 인물의 혼선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는 점이 주지된다.
오래된 사상을 담은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한 성찰은 5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누구나 쉽게 이해되지는 않지만 읽는 속도가 점차 빨라졌고, 존 롤스의 자비의 원칙에 관한 가르침이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텍스트를 이해하려면 시대적 상황과 문제의식 속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맥락주의적 태도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롤스의 조언은 바쿠닌의 원고 역시 체계적이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읽히며, 당시의 맥락 속에서의 합리성을 찾는 태도를 제시한다.
이 책은 바쿠닌의 회고록 mémoire 『신과 국가』의 초판 서문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편집자들이 원고의 체계적 구성을 지적하였음에도, 당대의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준비된 글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18세기 루소와 로베스피에르의 인물들이 거론되며, 체계적 구성이 부족한 점과 번역의 문제점이 독해를 어렵게 만든다는 평가가 함께 나타난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바쿠닌의 주된 메시지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신은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 과학과 과학자의 지배에 대한 비판과 제자리에의 되돌려놓음, 그리고 예속은 자발적 충동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신의 관념은 인간 이성과 정의의 포기이며 자유의 억압이라는 비판 아래, 과학의 절대적 권위를 인정하되 개인의 무흠성은 거부하고, 민주적 절차로 성립한 권력조차도 자본주의적 이익에 기댄 지배로 본다. 마지막으로 대중의 자발성이 억압의 발생 원인임을 밝히며, 신들을 창조한 인간의 자발적 신앙이 어떻게 사회를 지배하는 구조로 확장되었는지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