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답답해지는 이유는 장르의 기본조차 지키지 못한 채 본말이 전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체역사 서사라는 장르적 관습을 벗어나 로맨스 서사의 계급적 판타지를 강화하는 도구로 대체역사를 가져가면 서사는 산으로 간다. 본말이 전도되면 독자는 책장을 넘길수록 지식의 깊이가 확장되는 기쁨 대신 짜증이 밀려들고, 결국 마지막까지 에너지 소모가 큰 벽돌책으로 남게 된다. 프롤로그의 소제목처럼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라는 화두에 공감되지만, 영미계 학자들이 대중서를 쓸 때도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
책의 핵심으로 다루려는 주제의 정리가 미흡하면 책은 그지 같아진다. 연구자의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주제와 근거가 탄탄하게 엮일 때 벽돌책이 되지만, 반대로 읽기 질서가 엉키고 불필요한 전개가 늘어나면 독자는 짜증을 느낀다. 둘째로는 글의 방향이 불분명해지는 경우가 많다. 책을 내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는지, 특정 논지의 타당성에 초점을 두는지 모호해지면 산으로 가며 문제의 핵심을 흐린다. 셋째로 편집자의 무능으로도 책이 산으로 가는 경우가 생긴다. 완고한 저자 의도와 대중성 욕망 사이에서 편집의 조언이 무시되면 머리 아픈 이야기가 간단한 누더기로 변해 독자의 외면을 받게 된다.
‘What vs How’의 문제는 도덕철학의 핵심인 가치 what를 충분히 다루지 못하고, 뇌과학의 연구 내용을 파편적으로 나열하는 방식에 머무르는 데 있다. 인간의 의사결정은 여러 단계의 사고를 필요로 하지만, 심리학이나 경영학의 모델은 주로 ‘how’을 다룰 뿐 ‘what’은 밝히지 못한다. 따라서 가치론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남아야 하지만, 이 책은 가치의 정의를 작동적(definition)을 통해 제시하며 전통적 도덕철학의 방향과 다르게 구성한다. 아이엔가의 책은 재미있게 읽히지만 제목이 주는 기대와 실제 서술의 간극이 또 한 번의 같은 실수를 재현하고 말았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