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지하에서 1년 넘게 거주한 사례가 있다. 반지하도 아니고 그냥 지하였으며, 당시 상황은 나름대로 버티며 살 만한 정도였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했다. 지하는 월세가 저렴해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선택한 경우가 많았고, 숫자로도 상황을 떠올리면 지하 500에 30, 지상 500에 50, 옥탑은 500에 40쯤으로 기억될 만큼 임대비 구성도 한눈에 들어왔다.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든 주된 이유는 단지 비용 때문만은 아니었고, 당시로서는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고 여겼던 안정감이 한몫했다.
다음으로 떠올려지는 기억은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는 고시원 생활의 편안함이었다. 화장실만이라도 편히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큰 안도감을 주었고, 2년이 조금 못 되게 지속되던 그 시기에는 그나마의 안정을 찾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직장은 수목원 근처로 도보로 10분 거리였고, 홍릉수목원 근처의 풍경은 일상의 작은 위로로 다가왔다. 방공호를 연상시키는 구조 덕에 공간은 다소 협소하고 답답했지만, 주말에 모르는 사이 밤을 새울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곤 했다. 종종 지하실에서 풍기는 곱등이 냄새나 퀴퀴한 공기가 답답하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그때는 그런 상황도 지나치게 큰 걱정으로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으로 나와 창이 있는 2층, 약 12평 규모의 신혼집을 떠올리면 그때의 차이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작은 창 한 자락으로도 빛이 스며드는 공간은 결핍을 자족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었다. 결국 비로소 얻은 안정적 공간은 지하의 거주 경험이 남긴 가장 뚜렷한 교훈으로 남아 있다. 지하에서 보낸 시간은 짧지 않지만, 지상으로의 회귀가 주는 자유로움과 밝은 공간의 가치가 더 크게 다가오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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