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전 세계를 매료시킨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입니다. 이 책은 호러, SF, 환상이라는 장르의 틀을 빌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비정함과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본성을 서늘하게 해부합니다. 1.
예쁜 물건에 담긴 지독한 원한, 표제작 「저주토끼」 이 소설집을 관통하는 가장 강렬한 상징은 역시 표제작인 「저주토끼」입니다. 작가는 할아버지의 입을 빌려 "저주에 쓰이는 물건일수록 예쁘게 만들어야 한다"는 기묘한 철학을 전합니다.
성실하게 술을 빚던 친구네 집안이 경쟁사의 비열한 농간과 흑색선전으로 무너졌을 때, 할아버지는 그 억울함을 갚아주기 위해 정성껏 토끼 인형을 만듭니다. 이 인형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닙니다.
저주의 대상인 사장의 집안에 침투해 서류를 갉아먹고, 자식의 몸을 해치며, 끝내 그 가문을 완전히 붕괴시킵니다. 이 에피소드를 읽으며 우리는 단순한 복수극의 카타르시스를 넘어선 기묘한 불쾌감과 슬픔을 마주하게 됩니다.
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