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어가는 살인자, 사라지는 세계의 기록 소설의 주인공 김병수는 과거 수십 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입니다. 공소시효가 지난 지금, 그는 겉으로는 은퇴한 수의사로서 평온한 노년을 보내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알츠하이머라는 무거운 선고를 받고 조금씩 무너져가고 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안개 낀 도로에서 발생한 접촉 사고를 통해 '박주태'라는 남자를 마주하게 됩니다. 살인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눈빛과 분위기를 감지한 김병수는 본능적으로 박주태가 자신과 같은 종족이자 포식자임을 직감합니다.
특히 박주태가 자신의 수양딸 은희의 곁을 맴돌기 시작하자, 김병수는 딸을 지키기 위해 생애 마지막 살인을 결심하고 치밀하게 모의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의 가장 큰 적은 외부의 박주태가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서 끊임없이 지워져 가는 기억입니다.
그는 뇌의 구멍 사이로 빠져나가는 기억의 파편들을 붙잡기 위해 녹음기와 메모지에 집요하게 의존하지만, 현실과 망상의 경계는 갈수록 흐릿해집니다. 이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