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어는 5-0의 화려한 승리였지만 그다지 길지 않은 잔치였다. 북중미 월드컵을 10일 앞두고 치러진 모의고사 성격의 평가전에서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은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브리검영대 사우스필드에서 트리니다드토바고를 상대로 대승했다. 그러나 상대가 피파 랭킹 102위의 약체였다는 사실이 냉정한 현실이 된다. 평가전에서 가장 주목된 대목은 수비 라인의 유동성으로, 감독은 3백과 4백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전술을 구상 중임을 밝히고 실제로 그라운드에서도 구현했다. 옌스 카스트로프를 극단적으로 높은 위치까지 전진시키고 나머지 수비진이 순간적으로 4백의 대형을 갖추는 형태를 보였고, 김문환의 상대 뒷공간 침투 움직임도 벤치의 계산된 지시 아래 이뤄졌다. 또한 부상에서 돌아온 조규성과 황인범이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한 점도 조별리그를 앞둔 대표팀에게 큰 소득으로 다가왔다. 이기혁과 옌스 카스트로프의 전술적 활용 가치를 직접 확인한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피파 랭킹 102위의 냉정한 현실도 함께 놓여 있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관전평에서 전술적 가치와 복귀 자원들의 활약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월드컵 본선 상대의 수준은 다를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트리니다드토바고가 세계 축구의 변방이라 해도 본선에서 마주할 상대들은 압박 강도와 피지컬 면에서 차이가 크며, 오늘의 변칙 수비 라인이 본선에서도 통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특히 공간을 주지 않는 본선 상대들의 체력과 체계 속에서 오늘의 실험은 반쪽짜리 모의고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조별리그 A조의 현실도 냉정하다. 대한민국의 피파 랭킹은 23위로, 15위의 개최국 멕시코를 비롯해 체코(41위), 남아프리카공화국(60위)과 맞서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오는 6월 12일 체코와의 대결은 유럽의 강호를 상대하는 경기가 될 것이고, 19일 멕시코와의 대결은 본선 진출에 큰 영향을 주는 변수다.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대결은 스쿼드의 무게감과 대비되며, 4일 열리는 엘살바도도르전은 멕시코 출국 전 마지막 전술 세팅의 기회로 남아 있다. 피파 랭킹 100위권인 엘살바도르를 상대로도 홍명보호가 이영표 위원의 우려를 지워낼 만한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오늘의 대승이 본선 계좌를 과도하게 열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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