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30분, 협재에서 한림 방향으로 천천히 걸었다. 우린 제주를 열한 번째로 여행하고 있다.
많은 식당을 지나쳤고, 수많은 밥상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어떤 집은 유독 오래 남는다.
맛 때문만은 아니다. 그날의 공기, 그 공간의 결, 그리고 재료의 기운.
식사의 이유는 ‘신뢰’ '웅담'이라는 작은? 식당.
간판은 특별하지 않지만, 주방에서 나오는 냄새는 분명했다. 재료에 자신 있는 집에서만 나는 냄새.
우리는 2인분 제주돼지두루치기 주문이 들어간 순간, 주방에서는 삶은 콩나물 냄새와 보글거리는 보말 국물 소리가 들렸다. 가게 근처엔 조용한 제주 골목이 있었다.
마을 안쪽으로 걷는 이가 없어 바람 소리만 남았다. 제주돼지두루치기, 그리고 두루치기엔 제주산 돼지고기와 김치, 콩나물, 고추, 마늘이 함께 어우러졌다.
쌈장과 상추는 그저 곁이다. 모든 재료가 한입에 모이면, 그건 ‘정돈된 매운맛’이었다.
국물이 많지 않아 밥을 비비기엔 부족하지만, 쌈으로 먹기엔 딱 알맞다....